한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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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동정] 한승주 한미협회 명예회장 |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및 도서출간

관리자 2021.02.06 조회 225

 [월간중앙] 한승주 前 장관이 말하는 한국 외교의 나아갈 길


문재인 정부, 김정은 환심 얻기 위해 너무 양보한다는 오해 받아 
北 원전 건설 문제, 비밀리 추진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했어야

“코드·정파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에 놓고 토론하라”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의 나아갈 길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의 나아갈 길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문민정부 때는 외교부 장관(1993년 2월~1994년 12월)을, 참여정부 때는 주미 대사(2003년 4월~2005년 2월)를 지내며 한국 외교의 선봉에 섰다. 그가 외교부 장관을 맡았던 때는 헌정 사상 첫 문민정부가 출범할 때였고, 주미 대사로 발탁됐을 때는 헌정 사상 첫 진보 정권이 재창출됐던 때였다.

 
이후로도 한 전 장관은 ‘코리아 글로벌 포럼’ 의장(2011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2019년 5월~현재) 등을 맡아 한국 외교의 나아갈 길을 고민했다. 한 전 장관은 최근에는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라는 책을 펴내고 ‘바이든 시대 한국 외교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는 저서에서 “국가 간 외교는 한쪽이 지고 다른 한쪽이 이기는 윈-루즈(win-lose)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월간중앙이 한 전 장관과 만나 한국 외교의 나아갈 길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2월 3일 오전 그가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실용적 외교는 합리적 판단·결정에 의한 외교”

2017년 6월 1일 제12회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아니발 카바쿠 실바 전 포르투갈 대통령, 원희룡 제주지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2017년 6월 1일 제12회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아니발 카바쿠 실바 전 포르투갈 대통령, 원희룡 제주지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Q.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는 어떤 책인가?

 

A.  “그 어느 때보다 유능한 외교가 절실한 격동의 시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외교는 인재·절차·정책 부재의 ‘3무 외교’로 비판받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외교와 닮은꼴이다. 북한의 핵무장 기정사실화와 도발 위협 증가, 동북아의 국제 질서 재편, 미·중의 알력으로 인한 신냉전…. 대한민국 외교에 미래가 있을까.”

 

Q. 외교란 무엇인가?

 

A.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나 국가를 운영하는 것도 결국 인간 간의 관계다. 따라서 외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공통점이 많다. 외교에는 목적에 맞는 수단과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며, 예의범절도 필요할 것이다. 외교라는 게임에서는 통념과는 달리 상호 간의 신뢰와 신의도 많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Q. 그렇다면 실용적 외교란 무엇인가?

 

A.  "실용적 외교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교가 아니라, 목적에 맞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외교를 의미한다. 그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선입견 또는 감정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운영되는 외교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트럼프가 충동과 본능,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 사안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대북 관계를 반공사상에 의해 결정하고 대일 관계를 반일 감정으로 결정한다면 실용적 외교가 될 수 없다.”

 

Q.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민주국가에서는 외교의 50%가 국내 정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외교가 대중영합주의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어떤 의미인가?

 

A.  "한국은 수 세기 동안 주변 강대국에 지배되거나 찬탈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을 어느 정도 사대주의에 물들게 함과 동시에 피해의식을 갖게 했다. 아울러 강대국에 대한 저항의식을 심어준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한·일 관계, 한·중 관계, 한·미 관계 등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갖게 해준 면이 있다. 내가 북한을 두 번째로 방문한 2006년 10월, 북한은 제1차 핵무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내가 만난 대부분의 북한 정부 안팎의 인민은 ‘이제는 북한을 겁주던 중국 같은 주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으쓱해하더라. 그때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외국에 대한 적대심을 갖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국내 정치가 외교(친미)의 제약이 되고, 반일의 동기가 되며 대일 강경 정책의 요인이 되기에 십상이다.”

 

Q. 김영삼 정부 때 외교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때 주미 대사를 지내셨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김영삼 정부 때는 제1차 북핵 위기에 매달려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한국에 우호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의 첸치천(錢其琛)이 중국 외교부장이었다. 첸치천에게 유엔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많은 협조를 받았고 북한의 도발 정책을 방지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면 어때?’라는 유명한 발언을 한 다음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한·미 관계 개선과 우호 관계 유지에 주력했다. 미국인들은 그의 발언은 불편하지만 행동(이라크에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교섭 개시 등)은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전 장관은 저서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일 노 대통령이 아니라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면 정치권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의 운동가들이 분명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대할 사람들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이라 하겠다. 나는 주미 대사 시절 바로 그 점을 미국 쪽에 알려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언사(words)가 과격하기 때문에 바로 이렇게 좋은 행동(deeds)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설득했고, 미국 쪽에서도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외교, 노무현 정부 때와 달라”

1993년 7월 당시 한승주 외무부 장관(왼쪽)이 한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사진:한승주

1993년 7월 당시 한승주 외무부 장관(왼쪽)이 한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사진:한승주

Q. 문재인 정부의 주요국 상대 외교를 평가한다면.

 

 A.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국과의 협조를 마다치 않았다면,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우호 수립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면이 있다. 결국은 한국의 주선으로 트럼프-김정은 간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한국이 북한과의 친선을 위해 과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줬고, 국내적으로는 김정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이 양보한다는 오해를 받게 된 점도 있다. 중국의 경우도 북한과의 친화에 대한 협조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Q.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A.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종전 선언과 전시작전권 전환,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 혹은 축소다. 북한과 화친하기 위해서다. 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문 대통령에겐 있다.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내가) 주미 대사로 있던 2년 동안 노 대통령의 최대 목적은 미국에 잘 협조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나 무력 위협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Q. 저서에서 “문재인 정부도 트럼프 정부처럼 3무(無) 외교였다”고 비판했다.

 

 A.  “효과적인 외교를 위해서는 능력과 경험 있는 인재들이 있어야 하고 정책 입안을 위해 정부 내에 조직된 절차가 운영돼야 하며 정책의 목표와 방법이 합리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외교 조치가 뜻대로 되지 않아 코스를 바꿔야 할 때도 적절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있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토니 블링컨은 트럼프 정권 시 미국 외교에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이 결핍됐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3무(無) 외교의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드’라는 것이 있어서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수립했다. 북한과 미국 간의 화해 추구가 우선적인 정책적 목표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Q. 트럼프 시대 대북 정책을 어떻게 봤나?

 

 A.  “트럼프는 북핵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치적인 트럼피즘(한건주의)에 급급하다 보니 한국의 낙관론에 몰입했고, 김정은에 따라(끌려)다녔다고 본다. 트럼프의 북한 문제 해결사라는 타이틀을 위한 ‘한건주의’가 결국은 실패의 길을 걸었는데,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안보에 역효과를 내는 결과를 낳았다.”

 

Q.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A.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는데 그때마다 북핵을 포함한 북핵 문제에 접근하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상대(공화당이 다수당일 때는 리처드 루가 위원장)보다는 온건파에 속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 외교위원장을 맡아 현실적이고 원칙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또 그의 보좌진은 경험이 많을 뿐 아니라 지한파이며 현실적 외교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지금 그들이 미국의 대한 외교를 주관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처럼 경솔하거나 충동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에 균형되고 신빙성 있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Q.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용된 토니 블링컨(국무장관)-웬디 셔먼(국무부장관)-제이크 설리반(국가안보보좌관) 라인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A.  “그들은 외교 문제 전반은 물론 한반도 문제에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준비된 전문가들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에게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 대신 들어야 하는 말을 해줄 것이며 내부적인 협의 절차가 이미 구성돼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가 어지럽혀놓은 미국의 외교 정책을 다시 정리하고 수립하며 외국 특히 동맹국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미·중 갈등 계속하지만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

2010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문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승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 대통령, 현홍주 전 주미 대사.

2010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문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승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 대통령, 현홍주 전 주미 대사.

Q.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키 플레이어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와 호흡을 잘 맞출 것으로 생각하는가?

 

 A.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북한에 대한 지식·인식·판단이 있으므로 트럼프처럼 한국의 무조건적인 낙관론에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한국 측에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대북 정책에 현실적인 입장과 접근을 보여준다면 프로와 프로 간에 합리적인 대화와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